세계 경제

실리콘밸리 혁신기업과 기업 지배구조 트렌드

기업 지배구조는 기업의 특성, 규모, 나이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젊은 IT 혁신 기업들을 위한 별도의 지배구조 논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이러한 논의를 찾아보기 어려우며, 기존의 논의는 주로 소유지배구조나 경제민주화 등에 치중되어 왔다. 박현성 한국경제연구원의 보고서를 통해서 ‘신생→성장’의 단계를 밟고 있는 국내 혁신기업들을 위한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지배구조 트렌드를 검토하고 시사점을 도출해 본다.


시대적 흐름에 걸맞은 지배구조 분석의 필요성 대두
기술과 제품의 주기가 짧아지고 디지털 변혁의 가속화가 전망되는 가운데, 기업들의 지속적 성장과 수익성을 유지하는 것이 기업생존의 관건이 되고 있다. 또한, 디지털 혁신이 가속화하며 기업 흥망성쇠의 주기도 갈수록 짧아지고 있어 기업의 지속적인 기술 혁신과 창조적 파괴가 요구되고 있다. 이에 빠른 의사결정과 신속한 자금조달, 전문적·혁신적 지식을 가진 경영이 필수적인 IT 산업에서 경쟁력 유지를 위해 기업의 근간을 이루는 지배구조 이슈 역시 중요해졌다.

4차 산업혁명으로 기술시장에서의 장벽이 무너지고 세계화가 가속되는 가운데 기업들의 경쟁력 유지와 생존을 위해 의사결정 및 경영전략의 근간이 되는 지배구조 역시 국제적, 시대적 정합성을 확보할 필요성에 직면해 있다. 이에 따라 국내외 기업들은 장기적인 투자유치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지배구조 개선을 과제로 삼고 있으며, 기업들을 둘러싼 각종 이해관계자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도 최근 더 큰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따라서 그동안의 지배구조 개선 논의는 주로 대기업과 상장사 기업들을 위주로 이루어졌으며, 지배 구조에 관한 연구는 소유지배구조에 관한 연구, 지배구조와 경영성과 및 시장수익률과의 관계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최신 기업의 지배구조 트렌드는?
과학기술 위주의 혁신 기업으로 구성된 Silicon Valley 150 Index(SV 150)와 대기업, 상장기업 위주인 미국 Standard & Poor’s 100 Index(S&P 100)의 지배구조 트렌드는 크게 여섯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차등의결권, 이사 시차임기제, 이사 과반수 투표제, 주식 보유 가이드라인,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 주주 행동주의가 그것이다.
먼저 차등의결권(Dual-Class Voting Stock Structure)은 주로 S&P 100 기업들에서 더 흔했으나, 최근 실리콘밸리 기업들 사이에서 차등의결권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트렌드로 자리하고 있다. SV 150 기업의 차등의결권 도입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로 2016년 약 11.3%에 달하고 있는 상황이다.

SV 150 기업 중 차등의결권을 가지는 대표적 기업으로는 Google, Facebook, VMware, Workday, Zynga 등이 있다. 또한 SV 150 기업들은 S&P 100 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고, 규모가 작으며, 경영권의 안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사 시차임기제(Classified Boards/Staggered boards) 시행을 꾸준히 유지하여 2016년 47.3%의 도입률을 보이고 있다.
SV 150 기업들 중 규모가 큰 Top 15 기업들의 경우 시차임기제 도입률이 6.7%로 S&P 100 기업들의 수준(4%)과 비슷하나, SV 150 기업 중 규모가 작고 신생기업에 속하는 Bottom 50 기업의 경우, 이사 시차임기제 시행률이 2016년 70%까지 증가했다. 이사 과반수투표제(절대다수 대표제, Majority Voting)는 Fenwick & West LLP의 2003년~2016년까지의 조사 기간 중 SV 150, S&P 100 두 그룹 모두에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SV 150 기업을 세분화했을 때, Top 15 기업들의 이사 과반수투표제 도입률이 80%에 달하는 등 Revenue에 따른 기업의 규모에 따라 이사 과반수 투표제 도입 증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반면, Bottom 50 기업의 경우 약 34%의 도입률을 보여, 규모가 작고 신생기업일수록 이사 과반수투표제를 시행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경영진과 이사진에게 일정량의 주식을 특정기간 동안 의무적으로 보유하도록 규정하는 주식 보유 가이드라인(Stock Ownership Guidelines)의 활용은 S&P 100, SV 150 기업 모두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Board Diversity)은 성별, 인종, 국적 등으로 나눌 수 있으나 Fenwick & West LLP에서는 성별만을 구분하여 이사회의 구성을 살펴볼 수 있다. SV 150 기업들은 꾸준히 여성 이사 수가 늘고 있고, S&P 100 기업들보다 증가율이 더 높게 나타나며, 최소 1명의 여성 이사를 가진 기업의 수는 67.8%에서 74%으로 늘어났다.
여성 이사 수 증가를 통한 이사회의 다양성 추구는 여러 유럽국가에서도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는 트렌드로, 여성 이사 증가를 법적으로 권장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주주행동주의(Stockholder Activism/Proposal)는 S&P 100 기업에서 훨씬 높게 나타나고 있으나, 최근 SV 150 기업 중 규모가 큰 Top 15 기업들 사이에서 최소 1번 이상의 주주행동주의 공격을 받은 기업이 73.3%로 주주행동주의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동향 추구를 통한 혁신기업들만의 지배구조 합리성을 도모할 때
이러한 최신 기업 지배구조 트렌드 중 국내 혁신기업들이 참고 및 벤치마크할 만한 기업 지배구조 트렌드는 차등의결권,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 주주행동주의 증가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차등의결권의 경우 한국은 상법 제 369조의 ‘1주 1의결권’ 원칙에 따라 차등의결권을 허용하고 있지 않으나, 혁신기업들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한 지배구조 구축을 위해 차등의결권 도입을 긍정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창업주의 지배력 확보 및 안정적 성장을 위한 경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다음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의 경우 인종과 국적을 통해 다양성을 추구하기 어려운 국내 실정상 여성 이사의 비율을 늘리는 것이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합리적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려할만 하다. 이는 또한 효율성과 실적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제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주주행동주의의 증가 면에서 보면, 미국과 달리 창업자 지분율이 적어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기업의 장기경영 가치를 보호하기에 취약한 국내 혁신기업의 경우 늘어나는 주주행동주의에 대비할 수 있는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는 실제로 우리나라 IT 혁신기업들의 성장에 방해요소가 되기에 충분하다.
그밖에 이사 시차임기제는 현재 국내에서 잘 시행되고 있으므로 필요 시 자율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이며, 이사 과반수투표제의 경우 신생 혁신기업들은 성장이 우선시 되기 때문에 기업 규모를 키운 후 추후 도입을 고려하는 것이 현명하다. 주식 보유 가이드라인은 실리콘 밸리에서도 소수 기업만이 사용하고 있어 국내 역시 기업 운영이 안정되고 성장한 뒤에 도입을 고려해도 늦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국내 혁신기업들의 지배구조 수준을 높임과 동시에 이들 기업의 지속적인 혁신을 위한 안정적 경영을 보장하기 위해, 실리콘밸리 지배구조 트렌드 가운데 차등의결권 도입, 여성 이사의 수 증가, 주주행동주의 증가에 따른 경영권 방어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취재_ 임윤경 기자

2021-06-10 51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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