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4차산업 신형강국으로 도약


1992년 한·중 수교 이래 우리나라는 ‘중국시장 특수’를 누렸지만 오늘날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한·중 수교 후 25년 동안 한국의 경제규모는 여전히 세계 10위권 밖에 머물고 있으나 중국은 10위에서 2위로 도약했고, 다양한 산업군에서 우리나라가 현격한 기술격차로 일방적 우위를 차지해 왔던 한·중 경제시대는 이미 옛말이 됐다.


중국은 세계공장에서 세계시장으로 과감한 패러다임 전환과 함께 ‘중국제조 2025’와 중국판 4차 산업혁명인 ‘인터넷 플러스’전략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제3차 산업에서 미국 일본 등 서방국가에 확연히 뒤떨어진 판도를 일거에 뒤집겠다는 거대하고도 야심 찬 포부를 갖고 착실하게 진행하고 있는 국가적인 프로젝트라고 볼 수 있다.
즉 제3차 산업혁명의 후발주자 위치를 4차 산업혁명의 특징인 초연결과 초지능(superintelligence)을 기반으로 넓은 범위에 더 빠른 속도로 영향을 끼쳐 명실상부한 신형 경제강국 반열로 단번에 뛰어 오르겠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자율주행전기차 한국 능가하는 기술개발 박차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에서 한때 시장 1위를 기록했던 삼성은 올 2분기 시장 점유율이 3%에 그치며 6위를 기록한 것으로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집계 결과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 7%에서 대폭 하락한 것이다. 삼성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시장 점유율 22.1%로 1위를 지켜냈지만 화웨이의 점유율이 두 자릿수에 올라서는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가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 스마트폰 글로벌 톱10 기업 가운데 7곳이 중국업체이고, 이들 브랜드를 합한 세계 시장점유율은 절반에 육박한다. 삼성의 1위가 위태로워 보이는 이유다.

중국 토종 자동차기업들의 굴기도 위협적이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 대륙에서의 성장세를 발판으로 세계 시장으로 질주하고 있는 것. 올 상반기 현대·기아차의 중국 판매량이 반토막난 것과 대조를 이룬다. 2010년 볼보를 인수하며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중국 민영자동차 업체 지리(吉利)자동차가 대표적이다.
올 들어서만 '말레이시아 국민차' 프로톤, 영국 스포츠카 제조업체 로터스, ‘하늘을 나는 자동차’인 이른바 플라잉카 제조업체인 미국 실리콘밸리 자동차업체 테라퓨지아도 잇달아 인수하며 기술력을 확보했다. 거침없는 성장세에 지리자동차 주가는 홍콩거래소에서 지난 1년 새 3배 넘게 뛰었다.
특히 미래형 교통수단으로 주목 받고 있는 자율주행(무인)차 시장규모는 오는 2025년 42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이제 전기차 부문에서도 한국을 능가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미래는 AI가 대세’라는 리옌홍(李彦宏) 바이두 회장의 말처럼 바이두는 AI(인공지능)특히 자율주행차 분야 선두주자로 자율주행차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여 BAT 삼각 구도체제를 고수하려고 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 하에 바이두는 매년 매출의 15%를 기술연구·개발(R&D)에 투자하며 특히 AI에 집중하고 있다.

또한 바이두에 이어 IT 공룡이자 중국 SNS·온라인 게임업계 1인자인 텐센트도 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자율주행기술 자체개발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리 회장은 내년에 중국에서 전해진 루트에 따라 운행하는 완전 자율주행 버스를 선보이고, 아폴로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2019년엔 부분 자율주행차 양산, 2021년엔 완전한 자율주행차 출시가 목표라고 밝혔다.
우리가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 과거 한국 경제 성장의 큰 버팀목이었던 세계 5위의 자동차 산업국의 위상이 일시에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자율주행기술 완성을 위한 레이스에서 자동차 메이커들의 기득권은 없다. 데이터처리장치 회사와 핵심 기술을 가진 부품사 밑에 완성차 메이커들이 줄을 서있는 모습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앞으로는 구글이나 페이스북, 바이두, 텐센트 같은 인터넷 기업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율주행 시대를 이끌어나갈지도 모른다는 분석도 나온다. 애플이 경쟁력 제고 및 아웃소싱을 통한 경비 절감 차원에서 폭스콘에 아이폰 조립을 맡기듯 현재의 자동차 기업은 인터넷 대기업의 하청 업체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과 미래추세를 고려 시, 미래시장을 선도하는 기술개발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온 힘을 쏟아도 부족한 판에 현대자동차 그룹이 지난 달 재개된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의 타결이 노조의 무리한 성과급 요구로 난항을 겪고 있고, 중국을 비롯하여 해외에서 판매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하니 자동차 산업은 물론 한국 경제 전반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에 대하여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메모리반도체, 디스플레이, OLED 시장에서 맹추격
첨단 기술산업인 반도체 분야에서도 중국의 공세는 거침이 없다. 시스템 반도체 설계 분야에서 이미 우리나라를 제친 중국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도 투자를 강화하며 한국과의 기술 격차를 줄여나가고 있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중국은 물량공세를 펼치며 한국을 맹추격 중이다. 대만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인 징둥팡(BOE)이 두 번째 10.5세대 대형 액정표시장치(LCD) 생산 공장을 짓기로 한 것을 비롯해 차이나스타(CSOT), HKC, CEC 등 중국 기업들이 건설 중이거나 계획 중인 10.5세대 이상 초대형 LCD 공장은 모두 6곳이다. 대형 LCD 시장 주도권이 중국으로 빠르게 넘어갈 것이란 업계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과 LG가 독주하고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아몰레드) 시장에서도 중국 기업들이 잇달아 거액을 투자하면서 한국과의 기술격차가 좁혀질 것이라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IHS 마킷은 BOE가 2019년 세계 최대 아몰레드 디스플레이 패널 공급업체가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취재_ 유인경 기자

2021-06-07 22 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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